오늘의 주제 시 [1일 1시] Day 239 < 달의 왈츠 by 박서영> 

 

 

 



달의 왈츠 

                                                 박서영


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달빛 알레르기에 걸려 온몸이 아픈 평화였다. 당신과 싸울 때 그 싸움이 내겐 평화였다. 산산조각 나버린 심장. 달은 그 파편 중의 일부다. 오늘 밤 달은 나를 만나러 오는 당신의 얼굴 같고.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사람 같고. 마음을 닫으려고 애쓰는 당신 같기도 해. 밥을 떠 넣는 당신의 입이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 날에는 키스와 하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였지. 우리는 다른 계절로 이주한 토끼처럼 추웠지만 털가죽을 벗겨 서로의 몸을 덮어주진 않았다. 내가 울면 두 손을 가만히 무릎에 올려놓고 침묵하던 토끼. 

당신이 화를 낼 때 그 목소리가 내겐 평화였다. 달빛은 꽃의 구덩이 속으로 쏟아진다. 꽃가루는 시간의 구덩이가 밀어 올리는 기억이다. 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꽃가루. 그림자여, 조금만 더 멀리 떨어져서 따라와줄래? 오늘은 달을 안고 빙글빙글 돌고 싶구나. 돌멩이 하나를 안고 춤추고 싶구나. 그림자도 없이.


 

 

 

 

 

시를 239편째 쓰고 있고, 3번째 필사용 연습장의 첫 장을 쓸 수 있었습니다.

 

문장별로 행 구분을 해서 써 보고 싶었지만, 원래 시의 느낌이 나지 않아 중간부터 바꾸어 쓴 티가 나네요.

 

긴 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시를 쓰면서 플러스펜이 왈츠를 추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프로젝트 일정은 끝나가는데 프로젝트 일은 아직도 산더미 같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요즘은 의욕이 없네요.

 

시 얘기로 돌아가면, 이 시는 정말 첫 행이 완전 마음에 파고드는 시였습니다. 공감은 전혀 되지 않지만 저런 표현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읽고 보면 쓰고 싶은 시가 있고 쓰다 보면 좋아지는 시가 있습니다. 물론 읽다 보니 쓰고 싶지 않은 시도 있고, 쓰긴 해도 좋아지지 않는 시도 있습니다.

 

꾸준히 하는 것은 정말 자신 있고, 이 필사 프로젝트(?) - 개인 프로젝트(?)를 위해 같은 노트를 10여 권 준비했습니다. 1권에 시가 120편씩 쓸 수 있는 노트입니다. 첫 노트를 예전에 출간 관련 강의 들을 때 메모를 해 버렸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숫자가 딱 맞았을 텐데... 이런데 이상하게 신경 쓰는 저로써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노트의 마지막 면과 다음 노트의 첫 내지에도 필사를 하면 이다음 노트가 끝날 땐 잘 맞을 것이니 그렇게 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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