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1일 1시] Day 285 < 버팀목에 대하여 by 복효근>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 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시가 참 많은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버팀목, 죽은 나무, 삭아 없어진 것, 그리고 사라진 것.

 

쓰다 보니 부모라는 존재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쓰는 도중에 시인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진다고 하였습니다. 저에게는 부모님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버팀목이라면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늘 차가 생기면 가고 싶은 그곳에 항상 계십니다.

 

가끔 막막하고 답답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는 저를 버틸 수 있게 그렇게 해 주십니다.

 

나는 과연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시 필사 프로젝트 100의 시즌 2 , 100번째 시를 썼습니다.

사실 첫 번째 시즌이랑 느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시는 것 처럼 285번의 필사 노트에 필사와 그중에도 몇몇  많은 다른 곳에 필사를 해 보며, 이제는 저의 일상보다도 더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새로운 도전인 그림그리기도 시를 생각하며 잠시나마 그려보는 방법으로, 그런 저 나름의 방법으로 시를 쓰는 것 외에 그려보는 것으로도 느껴보고 있습니다. 오늘로 시즌 2는 끝나지만 필사는 계속하게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꼭...

 

100일 인증을 마치고 뭔가 뿌듯한 느낌보다는 정말 이번엔 또 한 번 해 냈고 앞으로도 몇 번이고 더 해 나가야 하는 것, 당연한 것이 되었다는 느낌에서 인생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0일 인증하는 동안에는 100일 인증만 보고 달렸는데 100일 인증이 끝나면 그걸 그만 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큰 것들을 보며 계속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입시만 보고 달려 입시가 끝나면 그것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수 있고, 큰 산처럼 보였던 그것이 앞으로 그 길을 가는 데에는 넘어야 할 작은 언덕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신기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오늘의 시를 보며 했고, 필사 전 침대에 누워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조용함이 정말 좋으면서도 이 상황의 제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필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처럼 하루하루 더 시를 읽고, 따라 쓰고, 그려보는 일상을 이어가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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