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이문재 시인의 <도보순례>입니다.

 

 

 

 

 


도보순례

                                       이문재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 손 두 발에게
머리 조아릴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위의 구절이 정말 멋지게 느껴지는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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