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박지용 시인의 <어느 날의 산택>입니다. 

 
어느 날의 산책 

                                                                        박지용

숲 앞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었고
누군가는 강을 느꼈다
저 너머에 아무래도 강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은
나무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모두는 어찌할 수 없이 그 말을 믿었다
텅 빈 것들은 텅 빈 채로 걸었다
왜 강이 있냐고 느꼈는지 묻지 않았지만
그게 아마도 텅 빈 어떤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텅 빈 어떤 느낌은 모두를 채울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
강에는 공작새 한 마리가 깃을 펴지 않고 있었다
공작새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우리는
공작새가 날기를 바랐지만
공작새는 날지 않았다
아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제 텅 비어있지 않으니까

노래를 부르다
노래가 된 우리는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숲을 떠올렸다
 
텅 빈 것이 가끔은 그리워지기도 했다




 

 

 

 

어느 날의 산책...

 

참... 뭔가 쓸쓸한 느낌의 시였습니다.

 

텅 빈 것이 그리워질 정도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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