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오은 시인의 <58년 개띠>입니다. 

 
58년 개띠

                               오은

앞만 보며 달려왔어요 
뒤를 볼 겨를이 없었어요 
누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자를 볼 여유가 없었어요 

뒷바라지하느라 이렇게 늙었어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누가 달아나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니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위를 떠받들며 살아왔어요 
아래를 보살피며 살아왔어요 
위아래가 있는 삶이었어요 
옆에 누가 있는지 
어떤 풍경이 흘러가고 있는지 
이 거대한 풍경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담당하고 있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실은 무서웠어요
일그러져서 다시 펴지지 않을까 봐
희미해져서 다시 생생해지지 못할까 봐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렸어요
온몸이 거대한 속표정으로 변했어요

눈뜨면 여기였어요
여지없이 여기였어요

오늘은 오늘의 밥이 절실했어요
내일은 내일의 옷이 요긴했어요

십년 뒤 오늘에는 집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앞을 보면 
개떼처럼 몰려가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뒤에 있어서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늘 위아래가 있었는데
꾹 다문 입술에서는
아무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어요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멈췄어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그림자가 꿈틀거렸어요

뒤를 돌아다보니 거울이 있었어요 
내가 있었어요 
잊고 있었던 얼굴에는 물굽이가 가득했어요 

어디로 흘러도 이상할 게 없는 표정이

  


 

 

 

왠지 모르게 부모님께서 저 세대는 아니시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 그냥 부모라는 사람들의 희생이 왠지 모르게 시에 처절하게끔 묻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이 아리고,,,, 왠지 모르게 불편한...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아서 더 불편한 그런 느낌의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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