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1일 1시] Day 247 < 아침의 기도 by 옹혜원>

 

 

아침의 기도

                                                            용혜원

 
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은
이 땅 어느 곳에나 비추이게 하소서.
 
손등에 햇살을 받으며
봄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병상의 아픔에도
젊은 이들의 터질듯한 벅찬 가슴과
외로운 노인의 얼굴에도
희망의 꿈이 되게 하소서.
 
또 다시 우리에게 허락되는
365일의 삶의 주머니 속에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의
결실로 가득 채워
한 해를 다시 보내는 날은
기쁨과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
 
이 해는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이들을
건강한 사람들은 아픔의 사람들을
평안한 사람들은 외로운 가슴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손길이 되게 하소서.
 
이 새로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으로
이 땅의 사람들의 영원을 향한 소망을 이루게 하시고
이 아침의 기도가 이 땅 사람들이
오천년을 가꾸어 온 사랑과 평화로 함께 하소서.



 

 

 

 

 

 

시인의 기도를 보았습니다.

 

짧지 않았고, 길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비어있지 않았고,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늘 새벽부터, 평일도 아닌 이 토요일 새벽에 눈이 떠져 아침부터 글을 쓰고, 시를 필사하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어제 왔던 까치가 저에게 좋은 시를 가져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그 하루가 내 마음과 같지 않아서, 그리고 그 하루를 어찌 버텨도 그다음 날이 달라지지 않아서도, 마음이 아픈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날 가운데에 그런 힘든 시간을 홀로 버텨내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날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 이 시간이, 이 시가 힘들어 요동치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작년에 힘든 시기를 극복 해 갈 무렵... 잊기보다는 덮여가고 있을 무렵에 시작하여, '하루 한 편 시 필사'라는 작지만 큰 각오로 시작한 100일, 그리고 그 100일간의 좋았던 시간들을 잊지 않고 계속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8개월 여가 되었습니다. 247번의 필사를 했고, 162번의 카카오 인증을 하면서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시를 읽고 썼습니다.

 

외우는 시도 거의 없던 제가 저의 시를 써 보게 되었고, 시를 바꿔 써 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외우는 시는 많이 없고, 아직도 짧은 시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가 주는 짧은 호흡에서의 여운이 더 좋은 것뿐, 그 아쉬움이 좋을 뿐, 긴 시가 주는 차분하고 긴 호흡과 그 문장들 사이에어 오는 생각들이 싫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시, "시인의 기도"라는 이 시가 정말 저에게는 마음에 이런저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이 즐겁지 않아  SNS를 잠시 내려놓고, 외국에서 생활을 1년여 하면서 많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느낄 무렵부터 큰 흔들림들에 아직도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보다 차분하게 보다 따듯하게 보다 더 꾸준하게 오늘의 시처럼 정말로 올해 남은 7개월, 제가 필사해 온 짧은 기간보다 더 짧은 이 기간도 하루 한편 시 필사를 하고, 올해 받은 365일 이 삶의 주머니를 얼마나 잘 채웠는지, 내년의 삶 앞에서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기를...

 

시를 쓰면서 아침에 기도를, 그리고 그 시를 다시 느껴보며 글을 쓰며 따듯하고 성실한 각오를 다시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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