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박경리 시인의 <기다림>입니다. 

 
기다림

                                                박경리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들판에 짐승 뛰놀게 하고 
草木(초목)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 
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기다림...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참 큽니다. 적어도 제게는 정말 큽니다.

 

첫 연의 한 줄,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라는 구절부터 와 닿는 시였습니다.

 

뭔가 제자리에 두는 것과 떠날 것들은 떠나야 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는다면 다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 

 

정말로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제발... 그렇게 되길... 

 

다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다 떠난 뒤에 오지 말고.... 다 떠나기 전에 꼭.. 그 정다운 것들을,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들을 지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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