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이재영 시인의 <들꽃의 기쁨>입니다.


들꽃의 기쁨 

                               이재영

소란거리는 꽃씨들은
나지막한 침묵에 질식했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불시착한 당신

발목마저 잠긴 채
가까스로 되뇌인다

세상은 수평의 세계에서
0의 균형을 반기지 않는다

일렁이는 바람결에 꽃잎을
따다 글자를 수 놓는다

건들지 마세요라고 쓰며
다시 만져주세요라고 읽는다

이름은 존재하지 않지만
아스라이 피어 오르는
그리움을 읽어내야 한다

허공에 떠다니는 홀씨들이 모여
거리의 기쁨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그라드는 빛이 소멸되는 그때까지
자신의 귀퉁이마저 아름답게 오려낸다

나지막하게 웅성대는 울부짖음을 
기억해야 한다.

희미해지는 어둠이 밝아지는 그때까지
서서히 낮아지는 사라짐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느덧 산마루에 도착한 작고 볼품없는
들꽃의 기다림은 이미 알고 있었다

눈을 찡긋이 뜬 그들의 흥얼거림이
가슴에 와 닿았다는 것을

 

 

 

 

 

들꽃의 기쁨...

 

건들지 마세요라고 쓰며, 다시 만져주세요 라고 읽는다.... 가끔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모습.... 아니, 마음에 있는데도 없는 것 처럼 반대로 말하는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공감도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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