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김수열 시인의 <지삿개에서>입니다.
지삿개에서
김수열
그립다,는 말도
때로는 사치일 때가 있다
노을 구름이 산방산 머리 위에 머물고
가파른 바다
어화(漁火) 점점이 피어나고
바람 머금은 소나무
긴 한숨 토해내는 순간
바다 끝이 하늘이고
하늘 끝이 바다가 되는 지삿개에 서면
그립다, 라는 말도
그야말로 사치일 때가 있다
가냘픈 털뿌리로
검은 주검처럼 숭숭 구멍 뚫린
바윗돌 거머쥐고
휜 허리로 납작 버티고 선
갯쑥부쟁이 한 무더기!
하늘과 바다 끝이 다 보이는 지삿개, 오늘은 왠지 그 끝에 서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지금 있는 이 고민을 털어내어 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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