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나희덕 시인의 <기억의 다리>입니다.
기억의 자리
나희덕
어렵게 멀어져 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뒷모습 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 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의 어귀마다 여름 꽃들이 피어난다
키를 달리하여
수많은 내 몸들이 피었다진다
시든 꽃잎이 그만
피어나는 꽃잎 위로 떨어져 내린다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걷는다 빨리
기억의 자리마다
발이 멈추어선 줄도 모르고
예전의 그 자리로 돌아온 줄도 모르고
무언가에 등을 돌리고 걸어보았습니다.
아쉽고 좋은 것들, 함께하고 싶은 것들, 좋았던 기억이 있는 장소를 떠날 때에는 힘들죠.
무언가를 두고 떠날 때 그 자리가 기억의 자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로바키아 질리나도 언제까지나 기억의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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