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강은교 시인의 <파도>입니다.


파도

                                                                 강은교

떠도는구나 오늘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에서 동편으로
물이 되어 물로 눕지 못하는구나.
꿈꿀 건
온몸에 솟아나는 허연 거품뿐
거품 되어 시시때때 모래땅 물어뜯으며
입맞추며 길길이
수평선 되러 가는구나.
떠돌며 한 바다
먹으러 가는구나

누가 알리
엎드려야만 기껏 품에 안아 보는 세상
날선 바람떼 굽은 전등 훑고 가면
쓰러져 내리는 길, 길 따라
사랑이 얼마만 하더냐, 묻는 먼지알 신음소리
목숨의 길이 얼마만 하더냐, 묻는 먼지알 신음소리
등덜미에 철썩철썩 부서져

떠도는구나 오늘도
동편에서 서편으로
서편에서 동편으로
물이 되어 물로 눕지 못하는구나
아, 이 벽에서 저 벽
저 벽에서 이 벽

끝내 거품 되어 피 넘쳐 넘쳐
수평선이 흐느끼는구나
흐느끼며 한 세상
거품 속에 세우는구나.

 

 

 

결국 거품이려나... 결국 물의 모양이려나..

 

파도처럼 부서지고 부서져야 물이 될 수 있는 걸까...

 

여러 생각을 해 봅니다.

 

 

살다 보면 정말 물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어려우며, 당연하면서도 물을 따라 사는 것이 좋은지, 물의 모습을 오히려 본받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됩니다.

 

흘러가는 데로 사는 것, 내가 흘러가는 데로 살되 흘러가는 와중에서도 부드럽게 방향을 바꿀 수 있고, 거슬러 흐르지 않고, 유연한 모습으로 살고.... 참 물의 여러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리는 비를 보면 한없이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비처럼 쏟아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파도를 최근 직접 본 기억은 없지만, 마음속에 고향 정동진에 부서지던 파도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부서져버리고 싶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것이, 자동차가 부서진다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생각합니다. 본래의 모습과 기능을 잃는 것과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모두 서로 다른 이 대상에는 부서지는 것으로 이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편에서 서편으로 갈지... 서편에서 동편으로 갈지, 아니면 그 어디로 제가 흘러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흘러가는 방향을 처음으로 한 번 정해보자, 어쩌면 처음으로 중력의 방향인, 물이 흘러가는 방향이 아닌 거스르는 방향의 선택을 앞둔 지금에서야 물의 두 가지 형태에 대해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폭포와 분수, 굉장히 이분법적으로 그리고 대조적으로 이 두 가지를 동양과 서양, 자연과 문물 등의 여러 가지 대조와 대비를 통해서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늘 폭포처럼도 아니고, 동네의 조그만 강처럼 나름의 방향을 믿고 큰 바다고 가길 바라며 성실하게 흘러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도 제 생각으로 한 번 제 삶이 흘러가는 방향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물론 그 방향은 굉장히 건조해 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곳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지금 흘러가던 방향보다도 어떤 쪽으로 던 좋지 않은 방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데로만 산다는 것이 지금의 저에게는 스스로에게 용납이 되지 않아서... 이렇게 흘러가는 방향만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무기력 해 질 것 같아서... 한번 방향을 틀어보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파도처럼 부서지기를 바라봅니다. 부서지더라도 물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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