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이규리 시인의 <웃지 마세요 당신>입니다.
웃지 마세요 당신,
이규리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자고 어머니를 이끌었어요
언젠가 써야 할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서였죠.
팔짱을 끼며 과장되게 떠들기도 했지만
이 길을 또 얼마나 걷게 될지
사진관을 들어섰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어머니가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나도 저렇게 하는 거냐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평소에 미리 찍어두는 게 좋다며
나도 젊을 때 찍어둬야겠다며
쫑알대는 내 소리에는 눈도 맞추지 않으시더니
사진사가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자
우물우물 급히 말씀하셨어요
나 웃으까?
그 표정 쓸쓸하고 복잡해서 아무 말 못했어요
돌아오는 길은 멀고 울퉁불퉁했고
웃지마세요
그래요 웃지 마세요 당신,
뭔가 정말로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떤 감정일까 생각을 해 보니 정말로 슬퍼지는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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