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입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예전에 문학시간에 배웠던 그 시...

 

더 열심히... 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살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게으름 피우고,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회를 하는 바보같은 일을 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보기 위해 발버퉁쳐가는 저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라는 구절처럼 저의 인생에 언젠간 피어날 꽃처럼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주제 시 정호승 시인의 <가을 폭포>입니다.

 

많이 부족한 그림.... ㅎㅎ

 

 


가을 폭포 

                                                                   정호승

술을 마셨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걸어들어가 외로운 산새의 주검 곁에 
누워 한 점 첫눈이 되기를 기다리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일어나 가을폭포로 
가라 우리의 가슴속으로 흐르던 맑은 물소리는 
어느덧 끊어지고 삿대질을 하며 서로의 인생을 
욕하는 소리만 어지럽게 흘러가 마음이 가난한 
물고기 한 마리 폭포의 물줄기를 박차고 
튀어나와 푸른 하늘 위에 퍼덕이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서 
몸을 던져라 곧은 폭포의 물줄기도 가늘게 
굽었다 휘어진다
휘어져 굽은 폭포가 더 아름다운 밤 초승달도 
가을폭포에 걸리었다

 

 

 

 

가을 폭포로 가라는 시...

 

가을 폭포는 커녕, 폭포를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가을 폭포의 모습이 어떨지, 그리고 그 모습을 술에 취해서 보면 어떨지도 궁금합니다.

 

오늘의 주제 시 최승호 시인의 <눈사람 살인 사건>입니다.

 

 

 

 

 

 


눈사람 자살 사건

                                                                     최승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 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눈사람의 자살이라니....

 

휴...

 

오늘의 주제 시 강승빈 시인의 <무한열차(無限列車)>입니다.

 

 

 

 

 

 

 


무한열차(無限列車) 

                                                              강승빈

하얀 눈길을 따라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열차
 
눈길을 지나고나면
드넓은 들판을 지나기도
푸른 하늘을 두둥실 거쳐가기도
거대한 폭포수를 따라 달리기도 한다
 
김서린 창을 닦아내면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일렁이는 감정을 느끼다가
다시 호 하고 입김을 불어
기억들을 잠시 숨겨둔다
 
각설탕 하나를 넣고 커피를 휘휘 저어본다
소용돌이 치다가 일렁이며 내 얼굴을 비춘다
난 지금 어떤 표정이지
하얀 창을 닦아내니
잔잔한 호숫가에서 흥얼거리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나는 지금 웃고있니
알 수가 없어 손가락으로
웃는 모양을 그려본다
 
그러다 어느새 스르륵 잠에 빠져든다
더 깊숙한 곳으로
무의식 속으로
기억을 숨겨두었던 그 곳으로
가장 행복했던 때로
 
열차는 쉬지 않고 계속 달린다
또 다시 눈길을 달리고
들판을 지나고
푸른 하늘을 두둥실 거쳐가기도
거대한 폭포수를 따라 달리기도 한다
 

 

 

 

 

 

 

모처럼 긴 시를 필사했습니다.

 

시를 필사하는 동안에 머리에 그림이 그려지는 시였습니다.

 

그 기차가 가장 행복한 때로...

오늘의 주제 시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입니다.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러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어디로부터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바람을 쐬러 언덕에 다시 서 보고 싶다.

 

그 언덕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윤동주 시인은 한 여자를 사랑한 일이 없었을까...?

 

 

 

오늘의 주제 시 이권규 시인의 <별똥별과 소원>입니다.

 

 

 

 

 

 

 


별똥별과 소원

                                              이원규

지리산에는 첫눈이 오시느라 보이지 않지만
저 눈발 속으로 별똥별도 함께 내릴 것이다.
 
그 중에 하나쯤은
칠선계곡에 깃든 산토끼의 머리맡에도 떨어질 것이다.
저를 향해 달려오는 별똥별을 보며
산토끼 저도 한 가지 소원은 빌 것이다.
"이대로 영원히 산토끼일 수 있기를!"
 
이보다 더한 별똥별의 축복이 어디 있으랴.
주문처럼 일평생 외워야 할 유일한 소원.
무련, 그대도 나도 밤하늘을 보며 빌어보는가.
"영원히 이대로 나는 나이기를!"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던 때에서...

 

이제는 그냥 내가 나이기를 바라며 지키며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정말로 주문처럼 가끔 속으로 되뇌며, 이 선택이 내가 할 만한 선택인가.

 

내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인가...

 

나이기를... 

오늘의 주제 시 이풀잎 시인의 <장미꽃 비>입니다.

 

 


장미꽃 비     

                       이풀잎 

이른 아침 내리는 비는
노란 우산을 준비하라는 거구요

오후 네 시에 내리는 비는
다른 약속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사랑하는 사람 외엔

그리고 한밤중에 내리는 비는
일기를 길게 쓰라는 뜻이구요

갑자기 쏟아지는 비는
그칠 때까지 CD를 고르거나
책 구경하라는 배려예요 

하지만
그대 생일날 내리는 비는
장미꽃 한아름 안고

​그대 창가를 맴돌던
내 눈물방울이랍니다. 

 

 

 

 

요즘, 슬로바키아에는 계속 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를 보고, 비 소리를 듣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시에서 비와 시간에 대해 의미부여를 한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저렇게 해 보고 싶다고 해요. 오후 4시에 내리는 비의 의미도, 한밤중에 내리는 비의 의미도 참 좋네요.

 

오늘의 주제 시 로버트 프로스트 시인의 <가지 않은 길>입니다.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갈라져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라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 걸은 자취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으므로 해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입니다,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 적어
아무에게도 더럽혀지지 않은 채 묻혀 있었습니다.
아, 나는 뒷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다른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더라고.

 

 

 

 

 

 

벌써 10여 년도 더 전에 보았던 시, 영문으로 된  원문 시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뭔가 제가 처음 봤던 한글로 된 시도 나쁘지 않았다... "Not Bad."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것 훨씬 이상이 되는 정말로 인상 깊은 시였습니다. 솔직히 영문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취향으로 정말로 좋은 시였습니다.

 

그리도 다시 쓰면서 그리면서 생각을 해 보고 상상을 해 보니 정말로 뭔가 마음이 이상해지는.... 그리고 후회와 관련이 있는... 그래서 더 아리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였습니다. 

 

 

오늘의 주제 시 이규리 시인의 <웃지 마세요 당신>입니다.

 

 

 

 

 

 


웃지 마세요 당신,

                                           이규리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자고 어머니를 이끌었어요
언젠가 써야 할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서였죠.
팔짱을 끼며 과장되게 떠들기도 했지만
이 길을 또 얼마나 걷게 될지
 
사진관을 들어섰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어머니가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나도 저렇게 하는 거냐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평소에 미리 찍어두는 게 좋다며
나도 젊을 때 찍어둬야겠다며
쫑알대는 내 소리에는 눈도 맞추지 않으시더니
 
사진사가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자 
우물우물 급히 말씀하셨어요
 
나 웃으까?
 
그 표정 쓸쓸하고 복잡해서 아무 말 못했어요
 
돌아오는 길은 멀고 울퉁불퉁했고
 
웃지마세요
그래요 웃지 마세요 당신,

 

 

 

뭔가 정말로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떤 감정일까 생각을 해 보니 정말로 슬퍼지는 시였습니다...

오늘의 주제 시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입니다.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드렸으리라
껍질이 딱딱해 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스며드는 것...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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