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들판에 짐승 뛰놀게 하고 草木(초목)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 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기다림...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참 큽니다. 적어도 제게는 정말 큽니다.
첫 연의 한 줄,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라는 구절부터 와 닿는 시였습니다.
뭔가 제자리에 두는 것과 떠날 것들은 떠나야 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는다면 다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
정말로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제발... 그렇게 되길...
다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다 떠난 뒤에 오지 말고.... 다 떠나기 전에 꼭.. 그 정다운 것들을,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들을 지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 시인의 구월이 오면이라는 시를 오늘 써 보았습니다.
사랑이란,둘만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더불어 사는 그것의 중요성을 뭔가 강조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시였습니다.
어느덧 올해 구월이 왔고, 9월에는 큰 계획을 급하게 잡았던 것이 있고, 많은 것을 정리하며, 함께하던 사람들을 떠나 오기도 했고, 새로운 함께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나 스스로가 이 시를 보면서 세상을 적실 수 있는 사람인가도한번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큰 꿈을 꾸고있지만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기에... 조금 욕심은 줄이되 꿈을 줄이지는 않을 예정입니다.목표를 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면 정확하게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 근처에라도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그 말을 생각하며, 오늘은 그런 마음을 다시 한 번다잡아봅니다.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밀어 보는 거야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끌어당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흔들어보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오겠지 그 밤에는 세상하고 꼭 어깨를 걸어야 해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이라고 내가 나에게 자꾸 하라 해주는 거야 그 어느 아침에 누군가 아, 봉숭아꽃 피었네 하고 기뻐하면 그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내 몸뚱어리 짓이겨 불러줄 것이다
오늘의 필사는 공항에서 급하게 진행을 해 보았습니다. 노트를 꺼내기 힘들어 우선 아이패드에 필사를 해 보았습니다. 아이패드에 필사를 하는 느낌도 썩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S펜으로 쓰는 느낌이 더 좋지만... 반응 속도는 아직은 아이패드에 쓰는 것이 훨씬 빠르고 대신 갈고리 모양으로 획의 끝이 나오는 것은 아이패드의 큰 단점 같습니다.
오늘의 시는 오늘의 상황과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 주는 오늘의 시가, 오늘의 제가 비행기를 타는 이유를 잘 말해주어 고맙고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