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시 정채봉 시인의 <엄마>입니다.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 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 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엄마 ....

오늘의 주제 시 윤동주 시인의 <슬픈 족속>입니다. 

 
슬픈 족속

                                                    윤동주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오늘의 주제 시가 너무 길어서 다른 분께서 쓰셨던 시 중에 짧고 임팩트 있는 시를 고른다고 골랐는데 쓰고 나니, 읽어보고 읽어 봐도 뭔가 확 와닿는 느낌이 없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걸까요?

오늘의 주제 시 박경리 시인의 <기다림>입니다. 

 
기다림

                                                박경리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들판에 짐승 뛰놀게 하고 
草木(초목)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 
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기다림...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참 큽니다. 적어도 제게는 정말 큽니다.

 

첫 연의 한 줄,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라는 구절부터 와 닿는 시였습니다.

 

뭔가 제자리에 두는 것과 떠날 것들은 떠나야 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는다면 다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 

 

정말로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제발... 그렇게 되길... 

 

다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다 떠난 뒤에 오지 말고.... 다 떠나기 전에 꼭.. 그 정다운 것들을,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들을 지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오늘의 주제 시 안도현 시인의 <구월이 오면>입니다. 

 
구월이 오면

                                                          안도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 시인의 구월이 오면이라는 시를 오늘 써 보았습니다.

 

사랑이란, 둘만의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더불어 사는 그것의 중요성을 뭔가 강조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시였습니다.

 

어느덧 올해 구월이 왔고, 9월에는 큰 계획을 급하게 잡았던 것이 있고, 많은 것을 정리하며, 함께하던 사람들을 떠나 오기도 했고, 새로운 함께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나 스스로가 이 시를 보면서 세상을 적실 수 있는 사람인가도 한번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큰 꿈을 꾸고있지만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기에... 조금 욕심은 줄이되 꿈을 줄이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면 정확하게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 근처에라도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그 말을 생각하며, 오늘은 그런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 봅니다.

 

 

 

오늘의 주제 시 어느 시인의 <노년의 소년에게>입니다. 

 
노년의 소년에게

                                          어느 시인

푸른 하늘을 닮아 잡을 수 없지만
그 곳 그대로의 하늘로
깊은 바다를 닮아 알 수는 없지만
함께 흘러주는 바다로
 
보드라운 여린가지 동전 몇푼 꼭쥐고
바람과 비 맞으며
나이테 훈장삼아 숲으로 달려온 사람
 
은빛머리 석양 비쳐지니
저 만치 물러져 있는
내것 아닌 것들이 아쉽다하네
 
'잘했수다'
'고맙수다'
전할 수 있는것은
진심 가득한 미소와
꼭 잡은 두 손 뿐이어도
 
소년의 날들로
아름답고 밝은 세상이였음을
잊지않겠습니다.



 

 

 

 

오늘은 카카오 플백 필사 시즌 3을 함께하시는 어느 분의 자작시입니다.

오늘의 주제 시 데이비드 그리피스 시인의 <힘과 용기의 차이>입니다. 

 
힘과 용기의 차이

                                                         데이비드 그리피스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을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도 기차에서, 지난번 기차와는 조금 다른 열차, 6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진행방향 왼쪽이 복도인 칸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며 쓴 시, 힘과 용기의 차이를 다시 한번 알 수 있게 해 준 시.

 

힘보다는 용기를 갖는 일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오늘의 주제 시 나태주 시인의 <혼자서>입니다. 


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조금 이상한 하루입니다.

 

사랑을 하려면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조금은 생각나기도 하는 시였습니다.

오늘의 주제 시 황경신 시인의 <빈 의자>입니다. 


빈 의자

                                                   황경신

나는 여태 이렇게 비어 있고
너는 여태 그렇게 비어 있어
그러한 대수롭지 않은 운명으로 만나
대단치 않은 것처럼 곁을 훔치다가

모든 것이 채워지는 인생은 시시하다고 중얼거리며
밀쳐내는 이유를 만들기도 하다가
붙잡을 것 없는 텅 빈 밤이면
너의 텅 빈 마음을 파고드는 꿈을 꾸기도 하다가

아직 이렇게 비어 있는 나는
아직 그렇게 비어 있는 너 때문인지도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조금 더 비워두기로 한다

 

 

 

 

빈 의자, 오늘은 빈 의자를 찾아 떠난 기차여행...

좌석이 지정되어있지 않아 몇 차례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즐거웠던 기차여행...

 

프라하의 짧은 기억.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슬로바키아의 생활이 기대도, 그리고 걱정도 되었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시처럼 조금 더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 시 안도현 시인의 <꽃>입니다. 




                                                  안도현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밀어 보는 거야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끌어당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흔들어보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오겠지
그 밤에는 세상하고 꼭 어깨를 걸어야 해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이라고
내가 나에게 자꾸 하라 해주는 거야

그 어느 아침에 누군가
아, 봉숭아꽃 피었네 하고 기뻐하면
그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내 몸뚱어리 짓이겨 불러줄 것이다

 

 

오늘의 필사는 공항에서 급하게 진행을 해 보았습니다. 노트를 꺼내기 힘들어 우선 아이패드에 필사를 해 보았습니다. 아이패드에 필사를 하는 느낌도 썩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S펜으로 쓰는 느낌이 더 좋지만... 반응 속도는 아직은 아이패드에 쓰는 것이 훨씬 빠르고 대신 갈고리 모양으로 획의 끝이 나오는 것은 아이패드의 큰 단점 같습니다.

 

오늘의 시는 오늘의 상황과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 주는 오늘의 시가, 오늘의 제가 비행기를 타는 이유를 잘 말해주어 고맙고 든든합니다.

오늘의 주제 시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입니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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